T1이 DRX를 2:1로 이겼습니다. 1세트 29분, 2세트 30분, 3세트 34분. 풀세트까지 간 만큼 쉬운 경기는 아니었습니다. 솔직히 2세트 끝나고 좀 불안했거든요. DRX가 코치 보이스를 제대로 활용하면서 예상보다 훨씬 강한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결국 3세트에서 도란의 그웬이 모든 걸 정리해버렸습니다. T1 아카데미 동기인 윌러와 오너의 정글 매치업도 흥미로웠는데, 경기를 갈라놓은 건 결국 탑이었습니다.
1세트와 2세트 – 44킬 대혈전, 그리고 뼈아픈 다이브 실패
1세트는 말 그대로 대혈전이었습니다. 29분 동안 44킬. 이게 프로 경기 맞나 싶을 정도로 양 팀이 미친 듯이 싸웠습니다. 초반 6분에 케리아 쓰레쉬가 상대 정글 신짜오를 잡고 살아 나오면서 분위기를 잡았고, 이후 바텀이 완전히 전쟁터가 됐습니다. T1이 킬 스코어 13:6까지 벌렸는데, 여기서 DRX가 포기를 안 하더라고요. 19분경 탑에 올라간 페이커를 DRX가 잡으면서 바론까지 시도했는데, 부활한 페이커가 바론을 스틸하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새벽에 이거 보면서 진짜 소리 질렀습니다.
근데 2세트에서 T1이 한 수 돌려받았습니다. 초반에 봇 다이브를 시도했는데 오너의 사일러스가 먼저 죽고 페이즈 카이사까지 잡혔거든요. 그 킬이 지우의 코르키에게 들어가면서 DRX 입장에서는 최고의 시나리오가 나온 겁니다. 제가 보기엔 이 다이브가 2세트 패배의 가장 결정적인 원인이었습니다. 이후 DRX가 용 4개에 장로까지 싹쓸이하면서 깔끔하게 마무리했습니다. 도란이 나르로 한타마다 좋은 위치를 잡으며 분전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솔직히 2세트 끝나고 살짝 조마조마했습니다. DRX가 코치 보이스를 정말 잘 활용하고 있었고, 특히 윌러의 초반 동선이 오너 못지않게 좋았거든요. T1 아카데미 동기라서 서로를 너무 잘 아는 게 오히려 DRX 쪽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 같았습니다.
3세트 – 도란 그웬, 레벨 20의 괴물
3세트에서 T1은 도란에게 그웬을 줬습니다. 이게 답이었습니다. DRX가 바이, 신드라, 그라가스 조합으로 T1의 진형을 부수려고 계속 시도했는데, 도란의 그웬이 안 죽었습니다. 맞아도 회복하고, 들어가도 버티면서 프리딜을 넣는 장면이 계속 반복됐거든요. DRX 입장에서는 "도대체 누굴 먼저 때려야 하지?"라는 혼란이 왔을 겁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경기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도란의 그웬이 20레벨까지 도달한 겁니다. 20레벨 그웬은 진짜 괴물이었습니다. 한타가 벌어질 때마다 누적 딜 차이가 점점 벌어졌고, DRX는 그웬을 잡지 못하면서 시간이 갈수록 더 불리해졌습니다. 오너도 자르반으로 8킬을 올리며 정글 주도권을 확실하게 가져왔고, 페이커의 오로라도 봇 로밍에서 결정적인 장면을 만들어냈습니다. 근데 솔직히 페이커 오로라는 스킬을 좀 많이 빗나가긴 했습니다. 이건 제가 작년에 봤던 페이커 오로라보다는 나아졌는데, 아직 완성형은 아닌 느낌이었습니다.
장로 드래곤 한타에서 승부가 갈렸습니다. 이미 전반적으로 앞서고 있던 T1이 장로 앞에서 깔끔하게 정리하면서 넥서스까지 밀어버렸습니다. 34분, T1이 풀세트 접전 끝에 2:1 승리를 확정지었습니다.
| POM 도란 (출처 : LCK 공식 유튜브) |
도란의 성장, 그리고 DRX의 가능성
POM은 당연히 도란이었습니다. 세 세트 모두 안정적이었고, 패배한 2세트에서도 나르로 팀을 살리려고 계속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제가 보기엔 도란이 월즈 우승 이후로 자신감이 한 단계 더 올라간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가끔 소극적으로 빠지는 장면이 있었는데, 지금은 먼저 들어가서 버티면서 팀에 공간을 만들어주는 플레이가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인터뷰에서 "작년엔 아쉽게 기회를 날린 경기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모든 경기 책임감 있게 이기고 싶다"고 했는데, 그 말 그대로의 모습이었습니다.
DRX도 잘했습니다. 솔직히 T1이 2:0으로 갈 줄 알았는데, 코치 보이스를 활용한 초반 운영이 예상보다 훨씬 좋았거든요. 윌러의 정글링, 지우의 코르키 딜링, 유칼의 로밍까지 전체적으로 짜임새 있는 경기를 보여줬습니다. 다만 코치 보이스가 플레이오프에서는 사라지니까, 이 운영력을 팀 자체의 실력으로 가져갈 수 있는지가 DRX의 과제가 될 것 같습니다.
이 경기로 바론 그룹과 장로 그룹이 5:5로 완벽한 밸런스를 이뤘습니다. 올해 T1은 시즌 초반부터 완성도가 높습니다. 2025년처럼 헤매는 모습이 없고, 불리해도 어떻게든 끌고 가는 힘이 확실히 강해졌습니다. 다음 상대는 KT 롤스터, 월즈 결승 이후 처음 만나는 리벤지 매치입니다. 기대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