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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리뷰] T1 vs KT 2:0 리뷰 – 14,000 골드 뒤집기와 "밸류 봐라!" (LCK컵 2주차)

2026년 1월 25일 일요일
T1 vs KT 2026 LCK컵 (출처: LCK 공식 중계)


1월 23일 금요일, 지난 월즈에서 혈투를 벌였던 T1과 KT의 통신사 대전이 열렸습니다. 1세트는 케리아의 깜짝 리산드라 서폿으로 깔끔하게 가져갔는데, 2세트가 문제였습니다. KT가 킬수와 골드에서 14,000이나 앞서는 절망적인 상황이 됐거든요. 보통이면 그냥 지는 게임인데, T1이 46분 넘는 대혈전 끝에 기적의 역전승을 만들어냈습니다. 솔직히 보면서 심장이 쫄깃한 정도가 아니라 터질 뻔했습니다.

이 경기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팀 보이스에서 오너가 외친 "밸류 봐라!"였습니다. 14,000 골드가 뒤져도 "우리 조합의 후반 가치를 믿어라, 시간만 벌면 이긴다"는 의미였거든요. 그리고 그 말이 실제로 맞아떨어졌습니다.


1세트 – 케리아 리산드라 서폿, 이건 무지성 픽이 아니다

1세트에서 케리아가 리산드라 서폿을 잡았을 때 다들 놀랐습니다. 근데 울프 해설 분석을 듣고 나니 이해가 됐습니다. "작년 월즈에서 연습했던 픽인 것 같다"면서, 오공-라칸을 상대로 한 철학이 있는 픽이라고 했거든요. 라칸 W가 도착해도 한 바퀴 돌 때까지 CC를 안 맞아야 발동되는데, 리산드라 W로 그걸 무조건 끊을 수 있다는 거였습니다.

다만 울프가 강조한 게 있습니다. "솔랭에서 무지성으로 뽑지 마세요." 라칸 상대로만 좋고, 이즈리얼이나 바루스 같은 장거리 원딜 상대로는 라인전이 안 좋다고요. 한 번 긁히면 체력 채울 구석이 없는 챔피언이니까요. 팀 조합을 보고 뽑은 거지, 아무 때나 들고 나갈 픽은 아닙니다.

어쨌든 1세트는 케리아가 바텀에서 킬을 만들고, 페이커가 미드 솔킬까지 따내면서 T1이 크게 앞서갔습니다. 울프가 "T1 맞냐"면서 경기력이 너무 안정적이라고 극찬했는데, 진짜 지난 DRX전과는 완전히 다른 팀 같았습니다.


2세트 – 14,000 골드가 뒤져도 밸류가 높으면 이긴다

2세트에서 KT가 고스트를 교체 출전시키면서 승부수를 띄웠고, 초반부터 밀어붙여서 14,000 골드 차이를 만들었습니다. 보통 10,000 차이면 게임 끝인데, 14,000이면 진짜 절망적이거든요. 25분 시점에서 KT 유나라는 5코어였고 T1 아펠리오스는 3코어 반이었습니다.

근데 여기서 밸류 개념이 등장합니다. KT의 조합은 초반에 강한 챔피언들이라 25분 전후가 전성기였고, T1의 조합은 후반에 강한 챔피언들이라 풀템이 완성되는 45분쯤이 진짜 강해지는 타이밍이었거든요. 골드가 아무리 앞서도 6코어는 6코어입니다. 풀템이 되면 골드 차이가 사실상 의미 없어지고, 챔피언 자체의 후반 전투력이 승부를 가르게 됩니다. T1은 "줄 것은 주고 버티면서" 그 시간까지 끌고 갔습니다.


페이커 아지르 2세트

페이커 POM (출처: LCK 공식 중계)


결정적이었던 건 장로 드래곤 한타에서 페이커의 플레이였습니다. 울프가 이 장면을 "120점 플레이"라고 했는데, 들어보니 진짜 그랬습니다. 원래 상황은 니코가 있으면 아펠리오스가 절대 앞으로 나갈 수 없는 구조였거든요. 니코한테 무조건 뜨고 죽으니까요. 그래서 아지르의 포지션이 핵심이었는데, 페이커가 앞으로 나가서 ER을 쓰고 "나를 봐라" 하고 시선을 끌었습니다.

KT 팀 보이스가 "아지르! 아지르! 아지르! 아지르!"로 쏠렸고, 장로를 보고 있던 커즈까지 아지르 쪽으로 시선이 돌아갔습니다. 그 틈에 오너가 E+스마이트로 장로를 스틸했습니다. 울프 말대로 "아지르가 사리고 뒤로 빠졌으면 그냥 무조건 지는 게임"이었는데, 페이커가 자기 목숨을 던져서 팀을 살린 거였습니다.

도란의 자헨도 숨은 공로가 있었습니다. 울프가 "도란이 자헨 Q 모아서 유나라 반피를 깎았는데, 에이밍이 평타를 진짜 한 대도 못 때렸다"고 했거든요. 자헨이 가디언 엔젤에 패시브까지 있으면 부활이 2번이라 후반 한타에서 불사신이 되는 밸류도 컸습니다.


KT는 뭘 잘못한 걸까

울프가 KT 쪽 분석도 했는데, 솔직히 듣고 나니 KT 입장에서 아쉬운 부분이 명확했습니다. "니코만 세워두고 나머지 다 장로를 갔어야 했다. 아펠리오스는 니코만 있으면 절대 못 나온다"고 했거든요. 그리고 "KT는 그냥 다이브를 했어야 됐다. 유나라 5코어인데 아펠리오스 3코어 반이었는데, 이 시간이 너무 허수로 흘러갔다"고 지적했습니다.

결국 KT의 패인은 자신들의 초반 밸류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거였습니다. 14,000 골드를 앞서놓고도 끝내지 못하면, 후반 밸류가 높은 조합한테 뒤집히는 건 시간문제였거든요. 초반 밸류는 현금 같아서 당장은 강하지만 유통기한이 있고, 후반 밸류는 적금 같아서 처음엔 약하지만 만기가 되면 이자가 엄청나게 붙습니다. 이 경기가 딱 그 교과서 같은 예시였습니다.

T1 팬으로서 이런 심장 갈아 넣는 역전승은 솔직히 자주 안 봤으면 좋겠습니다. 근데 이게 T1이고, 이게 롤을 보는 재미인 것 같습니다. 14,000 골드가 뒤져도 포기하지 않는 팀. "밸류 봐라!" 한마디로 팀을 하나로 만드는 팀. 이래서 T1을 응원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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