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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락스 타이거즈는 왜 낭만 구단인가 – 노래하고, 싸우고, 9년 만에 다시 모인 팀

2026년 1월 16일 금요일

2016 LCK 서머 우승 당시 락스 타이거즈 단체사진

LCK 썸머 우승 락스타이거즈 (출처: 라이엇게임즈)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다 보면 계속 등장하는 팀이 하나 있었거든요. "락스 타이거즈(ROX Tigers)". "LCK 역사상 가장 낭만적인 팀"이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붙었습니다. 성적만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그래서 더 궁금했던 팀의 이야기를 풀어보려 합니다.


이름은 바뀌어도 사람은 남았다 – 그래서 낭만이었다

락스 타이거즈는 처음부터 "락스"가 아니었습니다. HUYA Tigers에서 GE Tigers, KOO Tigers를 거쳐 ROX Tigers까지. 스폰서와 운영 주체가 여러 차례 바뀌면서 팀명이 계속 변했거든요. 대기업의 든든한 지원을 받는 다른 팀들과 달리, 락스는 항상 불안정한 재정 속에서 버텨야 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팬들이 기억하는 건 회사명이 아니라 사람이었어요. 탑 스멥, 정글 피넛, 미드 쿠로, 원딜 프레이, 서포터 고릴라. 이 다섯 명이 2016년 로스터로 완성되면서 지금까지도 전설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우승 못 하면 찢어진다"가 아니라 "우리끼리 끝까지 해보자"는 마음으로 뭉친 팀이었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락스가 특별했던 이유는 단순히 강해서가 아니라 '함께'라는 가치를 잃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락스를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게 노래입니다. ESPN은 "이 팀은 결과 이전에 관중과 무대에 기쁨을 남긴 팀, 경기 전에도 계속 노래를 불렀던 팀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썼는데, 이건 단순한 미화가 아닙니다. 2016 월드 챔피언십 4강, SKT와의 빅매치를 앞두고 임창정의 '내가 저지른 사랑'을 다 같이 부른 건 지금도 레전드로 남아 있거든요. 사실 저때는 제가 롤을 볼 때가 아니었지만, 영상을 찾아보면서 관계자들 웃참하는 모습에 같이 엄청 웃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SKT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도 긴장을 풀고 노래를 부를 수 있었던 팀이었어요.


2016 월즈 4강, 그리고 해체 – 잔인한 결말

2016년 롤드컵 4강, ROX vs SKT는 지금도 역대급 명승부로 손꼽힙니다. 특히 2세트에서 고릴라가 꺼내든 서포터 미스 포춘 픽은 전 세계 롤 팬들을 충격에 빠뜨렸고, 그 경기는 락스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최종 스코어는 3대 2로 SKT가 이겼지만, 락스는 "우리도 SKT를 이길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전 세계에 증명했습니다. 저는 이 경기가 롤 e스포츠에 입문한 후 가장 많이 찾아본 VOD인데, T1 팬인 제게도 특별합니다. 락스가 있었기에 SKT의 우승이 더 빛났고, 페이커의 위대함도 돋보였으니까요.

그런데 이 시즌이 끝나자마자 잔인한 현실이 찾아왔습니다. 스멥은 KT 롤스터로, 피넛은 SKT로, 쿠로는 아프리카 프릭스로, 프레이와 고릴라는 롱주 게이밍으로 각각 이적했거든요. 성적 부진으로 무너진 게 아니었습니다. LCK 우승팀이었고 월즈 4강까지 올라간 강팀이었는데, 재정적 한계와 개인 커리어를 위해 떠나야 했던 겁니다. 솔직히 피넛이 락스의 라이벌이었던 SKT로 간 건 많은 팬들에게 충격이었을 거라고 봅니다. 선수 개인에게는 좋은 선택이었겠지만, "락스가 사라지는구나"라는 아쉬움은 컸겠죠. 제우스와 구마유시가 한화로 갈 때 T1 팬들이 느꼈던 감정이 아마 비슷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2025 SLL Winter 대회에서 재결합한 구 락스 타이거즈 멤버들

다시 뭉친 구락스 멤버들 (출처: 라이엇게임즈)


9년 만의 재결합 – 낭만은 끝나지 않는다

락스 멤버들은 하나둘 은퇴했습니다. 프레이가 2019년 KT에서의 마지막 시즌을 끝으로 사실상 현역을 떠났고, 고릴라와 쿠로, 스멥이 2020년 12월에 나란히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막내 피넛은 2025년 롤드컵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선언했거든요. 군 복무를 앞두고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이로써 2016년 골든 로스터 다섯 명 모두 현역을 마무리했습니다.

그런데 이야기가 여기서 끝나지 않았어요. 2025년 12월, 스멥이 방송 중에 깜짝 소식을 전했거든요. 락스 타이거즈가 SOOP LoL 리그 2025 Winter에 출전한다는 겁니다. LCK 같은 공식 대회가 아니라 스트리머와 은퇴 선수들이 참여하는 이벤트 리그였지만, 스멥, 피넛, 쿠로, 프레이가 다시 한 팀으로 모였습니다. 고릴라는 군 복무 중이라 빠졌고 대신 스노우플라워가 합류했지만, 핵심 멤버 네 명이 9년 만에 같은 팀 유니폼을 입은 겁니다.

SLL 구락스 + 눈꽃 술먹방 풀영상 (출처: 쿠로TV 유튜브)


제가 보기에, 이 재결합이야말로 락스가 왜 낭만인지를 완벽하게 설명합니다. 우승을 위해 모인 것도, 돈을 위해 모인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냥 함께하고 싶어서 다시 모인 거예요. 저는 2023년에 롤을 시작해서 락스의 전성기를 직접 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영상을 보고, 기사를 읽고, 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확신했습니다. 락스 타이거즈는 단순한 옛날 팀이 아니라 지금도 많은 이들의 마음속에 살아 있는 전설이라는 것을요. 팬들이 락스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우승 횟수가 아닙니다. 부스에서 노래하던 장면, SKT와 맞붙던 명승부, 그리고 9년 만에 다시 모인 그 순간이에요. 이런 스토리가 바로 롤을 보는 즐거움 아닐까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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