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 베트남 LOL 중계 화면 캡쳐) |
솔직히 경기를 보면서 충격이었습니다. LCK CUP이 시작할 때부터 T1은 마치 젠지처럼 체급으로 찍어누르듯 경기를 풀어나갔고, 새로 영입한 페이즈와의 합도 나름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룹 배틀도 전승이었으니까요. 전문가 13명 전원이 T1 승리를 예측했고, 솔직히 저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잊고 있던 사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서커스단이었다는 것을요. 왜 별명이 서커스단이겠습니까. 팬들의 마음을 아주 서커스 보듯 간 떨리게 하니까요. 스무스하게 스트레이트로 모든 경기를 해주면 안 되나 싶지만, 그게 또 T1의 매력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서커스단이라는 것과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그동안의 서커스는 메이킹을 하면서 잘하기도 했는데 거기서 나오는 아쉬움이었다면, 이번에는 그냥... 못했습니다.
1세트, 판테온이 경기를 지배했습니다
밴픽부터 흥미로웠습니다. T1은 오리아나-녹턴 구도를 노렸고, BFX는 아지르를 풀어주는 대신 오리아나를 가져갔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랩터의 판테온이었습니다. 초반 오너의 신짜오 갱킹으로 T1이 킬을 따냈지만, 랩터의 판테온이 미드에 붙어 페이커 아지르의 물약을 빠르게 소모시키며 라인전 우위를 점했습니다. 6레벨 이후에는 궁극기로 바텀까지 날아가 T1 듀오를 통째로 잡아먹었습니다. 판테온-오리아나의 궁극기 연계는 한타마다 T1을 뒤집었고, 마지막 한타에서 BFX가 승리하며 1세트를 가져갔습니다. 빅라의 오리아나가 7킬 1데스 11어시, 랩터 판테온이 5킬 3데스 14어시를 기록하며 압도적이었습니다.
2세트, 페이커 사일러스만 빛났던 동점
2세트에서 T1은 사일러스를 꺼냈고, 이게 이 시리즈에서 T1의 유일한 빛이었습니다. 페이커가 BFX 빅라의 아리 궁극기를 빼앗아 자르반을 잡아내는 슈퍼 플레이로 흐름을 바꿨습니다. 8킬 4데스를 기록하며 동점을 만들었고, 페이즈의 바루스도 6킬 0데스로 깔끔했습니다. 페이즈와 도란이 고군분투해주었고, 중간중간 페이커의 좋은 플레이가 있었습니다. 여기까지만 해도 "역시 다전제의 T1"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 세트조차 불안정한 느낌은 가시지 않았습니다.
3~4세트, 바텀 격차가 시리즈를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3세트부터 경기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BFX는 마오카이를 정글에 넣어 초반부터 T1의 정글을 장악했고, 랩터가 오너의 오공을 끊임없이 압박하면서 BFX 바텀에 자유를 줬습니다. 페이즈가 극한까지 버텨봤지만 지원군이 없었고, 바텀이 완전히 박살 났습니다. 디아블의 애쉬가 9킬 0데스 5어시를 찍으며 27분 만에 20대6 압살. T1의 애니비아-진 조합은 BFX의 세라핀-애쉬 유틸리티 앞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랩터 마오카이는 1킬 1데스 13어시. 이건 누가 봐도 압살이었습니다.
4세트는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디아블이 유나라가 열려 있는데도 루시안을 선픽했거든요. 보통이면 의아한 선택이지만, 켈린의 밀리오가 0킬 0데스 18어시라는 미친 기록을 찍으며 디아블을 완벽하게 보호했습니다. T1이 노틸러스-말파이트로 진입을 시도할 때마다 밀리오가 전부 풀어버렸고, 디아블 루시안은 다시 9킬을 올리며 또 27분 컷. 이 시리즈의 진짜 MVP는 POM을 받은 랩터이기도 하지만, 켈린의 인챈터 운영이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이었습니다. 랩터만 해도 이 시리즈에서 판테온, 마오카이, 마오카이, 트런들로 매번 달라졌고, BFX는 매 세트 완전히 다른 챔피언 조합을 꺼내며 준비의 깊이를 보여줬습니다.
| (출처 : LCK 공식 유튜브 캡쳐) |
룰러의 예언, 그리고 준비의 차이
전날 젠지 룰러가 "BFX가 이길 것 같다, 랩터 때문"이라고 했을 때 반신반의했는데, 진짜였습니다.
최근 스크림에서 BFX가 T1에게 진 적이 없다는 이야기까지 나왔습니다. 더 준비를 잘해온 것은 BFX였고, 심지어 연습도 더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안일하게 준비했던 감독과 선수들이 문제였습니다. 다전제에 맞는 조합이나 라인 상성을 고려했어야 했는데 방향성이 잘못됐다는 거죠.
도란 역시 "오랜만에 경기긴 했지만 그게 경기력에 지장이 있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으며, 준비 자체를 허술하게 해서 졌다"고 돌아봤습니다. "다전제에서는 3판 2선승제보다 챔피언 메타가 바뀐다고 봐서, 다전제에 맞는 조합이나 라인전 상성을 생각했어야 했다"며 패배를 거름삼아 더 좋은 경기력으로 준비하겠다는 각오를 전했습니다.
패자가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풀세트도 아니고 3대1. 그냥 못한 경기였으니까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제일 인기가 많은 만큼, 많은 수식어와 트로피가 있는 만큼 졌을 때 가장 뼈아픈 팀이 T1입니다.
한 번 졌다고 온 세상이 패자라고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T1은 2월 22일 일요일 패자조 3라운드로 내려가 다시 시작합니다. 패배는 실패가 아니라 다음으로 가는 길이니까요. 명절이 끝나면 패자조에 DNS, DRX, DK, T1 모두 모여 있습니다. 져도 좋으니 진짜 재밌고 좋은 경기력, 무력하게 지는 모습이 아니라 졌지만 잘 싸웠다는 '졌잘싸'의 모습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승자조 결승에서 BFX는 젠지와 맞붙게 됩니다. 오늘 보여준 경기력을 유지한다면 충분히 반전을 노릴 수 있기에, 과연 LCK컵의 판도를 완전히 뒤집는 주인공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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